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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라티노, 제2민권운동의 핵?

등록 2006-04-11 19:47수정 2006-04-11 19:51

미 최대 소수인종…이민법 시위로 정치세력화 움직임
“오늘은 행동하고, 내일은 투표할 것이다.”(Today we act, Tomorrow we vote!)

10일(현지시각) 미 전역에서 벌어진 이민법 개혁시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외친 구호 중 하나다. 워싱턴을 비롯한 전국 60여개 도시에서 20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주최쪽은 밝혔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규모와 열기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시위대의 거의 대부분은 라티노(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히스패닉)들이었다.

미국내 1200만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 신분을 줄 것을 요구하는 이민법 개혁시위는 벌써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조직력과 지속성을 보면서, 미국 사회는 라티노의 정치적 영향력에 새롭게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에선 이번 이민법 사태가 1960년대의 흑인민권운동의 뒤를 잇는 역사적인 반차별운동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제2의 반차별 민권운동= 소수인종 뉴스 전문웹사이트인 <뉴아메리카 미디어>의 편집인 얼 오파리 허친슨은 “이민법 개혁시위는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는 이번 시위를 이민자 차별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단체들에선 “보편적 인권의 문제를 제기한 흑인민권운동과 라틴계 노동자의 시민권을 문제삼는 시위가 어떻게 같은 반열에 놓일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미국 최대 흑인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민법 사태에 단 한 장의 성명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흑인들은 라티노들이 가난한 흑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규제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에스에이투데이>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흑인 칼럼리스트 드웨인 위크햄은 “1955년 (버스의 백인좌석에서 일어서길 거부한) 로자 팍스의 체포가 흑인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것처럼, 하원의 이민법 개악이 히스패닉계의 시민권을 일깨우고 있다. (이민법 투쟁은) 흑인민권운동과 똑같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깨어나는 라티노의 힘= 라티노는 이미 인구 수에서 흑인을 앞서는, 최대 소수인종이다. 2004년 현재 4100만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조직화가 되지 못하고 선거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민법 투쟁은 라티노 조직화의 전기가 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본국에서 정치투쟁 경험이 있는 이들이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한 예로, 뉴욕 시위를 조직하는 미구엘 라미레즈는 엘살바도르에서 인권과 투표권 운동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뉴욕의 라티노 운동가인 로베르토 로바토는 <뉴아메리카 미디어>에 기고한 글에서 “(대규모 시위의 배경을 보려면) 라틴아메리카를 봐야 한다. 그곳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선거와 대중 기반 정치의 결합이 이뤄지는 곳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라티노의 선거참여율에 관심이 쏠린다. 라티노 단체들은 백인이나 흑인에 훨씬 뒤쳐졌던 유권자등록 비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결집은 백인 주류층과 다른 소수인종들의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폭발력을 보여준 라티노의 정치적 위상을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엔 의견이 일치한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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