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 전 체니 비서실장 검찰 증언
CIA요원 신분폭로 승인은 불분명
CIA요원 신분폭로 승인은 불분명
리크게이트, 부시로 불똥
리크(누설)게이트의 불똥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번졌다.
이 사건과 관련한 위증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이라크와 관련한 기밀정보를 언론에 흘린 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검찰에서 증언한 사실이 6일(현지시각) 공개된 것이다. 언론의 정보사항 보도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짓”이라고 맹비난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 거꾸로 커다란 정치적·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체니가 정보누설 총지휘?= 리크게이트는 정부 고위관리가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신분을 기자에게 누설해 연방법을 위반한 사건이다. 2003년 7월 보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칼럼을 통해 “전직 이라크 대리대사 조지프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은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라고 폭로하면서 불거져나왔다. 리비가 같은해 10월 주디스 밀러 <뉴욕타임스> 기자를 통해 누설한 정보는 “이라크가 우라늄 획득 시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국가정보평가’ 보고서 내용이다. 두 개의 정보 누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중앙정보국 직원 발레리 플레임의 남편인 조지프 윌슨이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핵물질을 구입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이라크 정보의 신뢰성을 비판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루이스 리비는 밀러 기자를 만나 국가정보평가 보고서 일부를 흘렸다. 리비는 “내가 그 내용이 기밀이라고 하자, 체니 부통령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며 밀러와의 대화를 허락했다”고 증언했다.
리비는 밀러와의 대화에서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밀러 기자는 “취재수첩에 윌슨 부인(플레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적혀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평가 보고서나 플레임의 신분 누설은 모두 조지프 윌슨의 신뢰성을 깎아내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이런 맥락에서 정보 누설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리비는 부시가 민감한 정보를 확산시키려고 노력한 것을 알고 있었고, (또 그가) 그런 행위들을 조율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의 이중 잣대와 파장= 전문가들은 부시가 리비에게 기밀을 흘리는 걸 승인했더라도 불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기밀 해제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 결정사항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에서 기밀정보를 흘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부시는 리크게이트가 터진 뒤인 2003년 9월 “행정부에서 너무 많은 정보누설(리크)이 이뤄지고 있다. 누가 그러는지 알고 싶다. 법을 어기고 누설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최근엔 정보누설자 색출을 위한 대규모 조사를 벌이고, 유출자와 기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관리는 이번에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일과 ‘정보누설’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앙정보국 요원 이름을 흘리는 데 부시나 체니가 직접 관련된 사실이 나타난다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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