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의 나이를 거론하며 인지 능력을 문제 삼고 나섰다. 조 바이든(81) 대통령에 이어 네살 어린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이로 인해 상대로부터 약점을 잡히는 모습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의 뉴햄프셔주 경선을 사흘 앞둔 20일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혼동한 것을 거론하며 고령으로 인한 그의 인지 능력 문제를 다시 부각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내 부모님은 나이가 많지만 나는 그분들을 몹시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특정한 나이를 넘어서면 말년의 퇴보가 있다는 걸 다들 안다”며 “어떤 의사에게 물어보아도 마찬가지다. 말년의 퇴보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이뤄진 선거 유세에서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을 가리키며 “니키 헤일리가, 여러분이 알지 모르겠지만 모든 정보와 증거를 다 없앴다”며 “왜냐하면 헤일리에게 보안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에게 군인과 주방위군을 비롯해 필요한 대로 1만명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거절했다”며 “그들은 말도 하기 싫어했다. 아주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과 달리 당시 의회 상황을 주관한 이는 헤일리 전 대사가 아닌 펠로시 전 하윈의장이었다. 헤일리 대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와 펠로시 전 의장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대통령직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인지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헤일리 전 대사의 맹공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막 시작된 공화당 경선에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 15일 공화당 대선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압승했다. 23일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두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지지 선언을 얻어내며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오와주와 달리 중도층이 두터운 뉴햄프셔주에선 헤일리 전 대사의 도전이 거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뉴햄프셔주 경선과 관련한 52개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5.6%의 지지율로 헤일리 전 대사(35.0%)를 10.6%포인트 앞서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국 단위 조사와 비교해 보면, 근소한 격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