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 아이오와 워털루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연방의사당 폭동에 연루됐다”며 콜로라도주 예비선거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하겠다며 반발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각) 재판관 4대 3의 판결로 반역죄를 저지른 사람의 공직 취임을 금지한 수정헌법을 인용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미국 내 다른 주의 비슷한 법적 다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연방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반발했다. 트럼프쪽 대변인 스티븐 청은 성명을 내어 “연방 대법원이 빠르게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비미국적인 이런 사안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3월 5일 열릴 예정인 콜로라도주 예비선거에 입후보하지 못하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효력을 내년 1월4일까지 유예했고, 연방 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경우 효력 정지가 연장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방 대법원 항소가 받아들여져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경우 콜로라도주 예비선거의 입후보가 허용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법원은 다수의 의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네번째 수정헌법 3조에 따라 대통령직에 취임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며 “따라서 대선 예비선거의 후보자로 그를 등록하는 것은 콜로라도주 국무장관의 선거 규칙에 어긋나는 잘못된 행위가 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재판관 다수의 의견으로 예심판사들이 2021년 1월 16일 의사당 폭동 사건에 대한 의회의 조사 기록을 참고하는 것을 허락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앞서 밝혀진 증거들은 법정에서 논박될 여지가 없으며, 이들 증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에 연루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썼다.
이번에 인용된 미국의 열네번째 수정헌법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868년 채택됐다. 여기에는 과거 흑인노예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과 반란에 가담한 이들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내용(3조)이 담겼다. 이 3조는 주로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진영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겨냥한 조처였다.
이번 판결은 애초 콜로라도주 공화당원과 무당파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비선거 입후보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덴버의 지방법원 판사 새러 월리스는 지난 11월 몇 주간의 심리 끝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에 개입한 건 인정되지만 대선 후보에게 열네번째 수정헌법 3조를 적용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비선거 입후보 자격을 인정했다.
이에 애초 소를 제기한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후보 자격을 인정한 판결 내용에 불만을 품고 항소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서는 ‘그가 반란에 개입했다’는 내용에 반발해 항소했다.
이번 콜로라도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각되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기각되어야 한다”, “법원이 주 선거 규정으로 이 사건을 다룰 권한이 없다” 등이 제시됐다.
앞서 미네소타주 대법원과 미시간주 항소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예비선거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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