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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지연전 vs 특검 속도전…미 대선 앞 치열한 수싸움

등록 2023-12-12 22:25수정 2023-12-13 02:3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아이오와주 앵커니의 한 술집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웃고 있다. 앵커니/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아이오와주 앵커니의 한 술집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웃고 있다. 앵커니/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처벌하려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와 재판을 미루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쪽이 벌이는 ‘시간과의 싸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은 물론 대선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선거전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스미스 특검은 11일 연방대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가 면책 대상인지 판단해달라고 신청했다. 스미스 특검은 지난 8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일으킨 2021년 1·6 의사당 난동 사태와 관련해 그를 정부 사취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13개 주가 동시에 공화당 대선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 전날인 내년 3월4일을 첫 공판기일로 잡은 상태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네건의 형사사건 가운데 유죄 인정 때 가장 무거운 형이 예상되는데다 재판 일정도 가장 먼저 잡혀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발생한 1·6 사건을 놓고 대통령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재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사건을 맡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첫컨 판사는 지난 1일 이런 주장을 담은 신청을 기각하면서, 미국 헌법과 역사에 전직 대통령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나 전례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고했다.

그러자 스미스 특검은 연방대법원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신속히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강수를 뒀다. 특검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상원에서 기각당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그를 처벌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의 요청은 면책특권 주장에 대한 항고 사건 심리가 예정된 항소법원을 건너뛰고 최고 법원인 연방대법원이 곧바로 판단해달라는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주장으로 본안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키고,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법무부가 기소를 취소하게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본다. 특검팀은 신청서에서 “피고인의 항고는 내년 3월4일 개시 예정인 재판을 연기시키게 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이 본안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특검팀은 자신들의 요구가 이례적이지만,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때 연방대법원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집무실 녹음테이프 제출을 거부하는 것을 곧바로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면책특권에 대한 항소법원 결정 때까지 모든 재판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 공판기일 준비 작업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첫컨 판사에게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연방대법원은 특검팀의 요청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에 진보 3명 구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 3명이나 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월15일 공화당 첫 경선이 실시되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절반 넘는 지지율을 기록해 추격이 어려운 선두 주자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엔비시(NBC)와 ‘디모인 레지스터’ 등의 공동 조사에서 그는 10월보다 8%포인트가 뛴 51%의 지지율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9%)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16%)를 멀찍이 앞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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