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4일 미국 워싱턴 근교 미들버그에서 개최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미국과 중국 시장의 분리 움직임 등 세계 경제 분절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시장 성격의 경제연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4일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워싱턴 근교의 버지니아주 미들버그에서 개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행사 개막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많은 이득을 봤지만 이제는 그런 식의 이득을 볼 수 없다”며 변화에 적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으로 양쪽 시장이 분리되는 상황을 양국 경제가 직면한 큰 경제적 도전이라고 지목했다.
최 회장은 나아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한-일 경제연합체”를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일 경제연합체는 “에너지,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며, 한-일이 단일 시장이 된다면 양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률 저하에 대처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2차대전 후 석탄·철강 공동체가 만들어져 유럽 단일 시장으로 발전한 사례도 언급했다. 또 한-일 경제협력체 구성은 양국의 동맹인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경제연합체 구성은 수입국인 양국의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본다며 수백조원의 잠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함께 개최한 ‘도쿄 포럼’ 연설에서도 “지정학적 갈등과 분열이 불러온 글로벌 경제 블록화 현상 등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한-일 경제연합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런 제안과 관련해 “일본도 지금은 다른 해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며, 그래서 이 방안을 추진해보는 게 좋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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