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씨엔스(CS)윈드의 콜로라도주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뒤에 세운 채 연설하고 있다. 푸에블로/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이 투자한 생산시설을 방문해 자신의 경제 치적을 자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씨에스(CS)윈드 공장을 방문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경제 분야 성과를 자랑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한국 기업인 씨에스윈드는 세계 최대 풍력 타워 제조 업체로 2021년에 인수한 이 시설에서 2억달러(2586억원)를 들여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백악관은 공장 확장으로 새 일자리 850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생산 과정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씨에스윈드의 김성권 회장을 부른 뒤 보조금을 주며 미국에 투자하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때문에 이 업체가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취임하면서 2035년까지 탄소 배출 없는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친환경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덕에 씨에스윈드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공장 방문은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과를 강조할 뿐 아니라 대선의 유력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씨에스윈드 공장이 있는 곳은 열성 친트럼프 정치인인 공화당의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의 지역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버트 의원이 자신의 기후 정책을 “거대한 실패”라고 비난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내겐 거대한 실패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행한 조현동 대사에게 “씨에스윈드 같은 한국 기업의 투자 성공 사례가 최근의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는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에스케이(SK)실트론의 미시간주 공장을 방문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실적을 자랑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대미 투자가 2천억달러에 이르고, 한국 기업들이 그 4분의 1이 넘는 555억달러(약 71조7천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혼동하는 말실수를 했다. 그는 한국 쪽 참석자들을 향해 “난 당신들의 지도자 미스터 문(Moon)의 친구”라고 했다. 지난해 5월까지 자신의 한국 쪽 상대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성을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 헷갈린 것이다. 지난 20일 81살 생일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잦은 말실수로 ‘고령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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