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서 13일 새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13일 회의장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튿날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새 후보로 선출했다. 당의 분열 탓에 조던 위원장도 의장직에 오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지지자들은 반대파를 위협하는 전술까지 동원해 혼란상이 심해지고 있다.
조던 위원장은 13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오스틴 스콧 의원을 124표 대 81표로 누르고 의장 후보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그는 지난 11일 스컬리스 원내대표에게 당내 투표에서 패했다. 하지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하루 만에 사퇴하자 재도전에 나서 이날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조던 위원장도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 재적 의원 과반의 지지로 의장에 오르려면 217표를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221석)과 민주당(212석) 의석 차이가 적어 공화당에서 ‘5표 이상’ 반대표가 나오면 안 된다. 앞서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강경파를 설득하다가 가망이 없자 사퇴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날 표결 직후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까지 참여하는 본회의에서 자신을 얼마나 지지할지를 파악하겠다며 별도의 찬반 투표를 요청했다. 여기서 55명이나 반대표를 던졌다. 조던 위원장은 주말에 반대파 의원들 설득에 나섰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과격한 정치 행태를 보여와 온건파나 중도파의 반감이 크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4일 조던 위원장 지지자들이 반대파 의원들을 위협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나 폴리나 루나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조던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당신 유권자들에게 왜 조던을 가로막는지 설명해야 하지 않겠냐”며 “덤벼라”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공화당 안에서 극우 운동을 벌이는 에이미 크레이머는 조던 위원장을 반대한다고 밝힌 의원 12명의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 조던 위원장 지지를 요구하는 전화를 하라고 당원들에게 촉구했다.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8명이 민주당과 합세하는 바람에 지난 3일 해임당한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은 공화당의 심각한 내분에 대해 “끔찍하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조던 위원장도 의장석에 앉지 못해 하원 마비 사태가 길어지면 미국 정부가 계획하는 이스라엘 지원책을 뒷받침할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방문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과 함께 이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상·하 양원이 동참해야 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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