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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금괴·벤츠…뇌물 혐의 미 상원 외교위원장에, 한국계 의원 ‘도전’

등록 2023-09-24 06:54수정 2023-09-24 19:42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과 아내 네이딘. 로이터 연합뉴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과 아내 네이딘. 로이터 연합뉴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뇌물 수십만달러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상원의 지도급 인사가 외국 정부 등을 위해 부정한 일을 하고 현금, 금괴, 고급 승용차 등을 받았다는 혐의여서 파장이 큰 가운데 한국계인 앤디 김 하원의원이 그를 축출해야 한다며 상원의원직 도전을 시사했다.

뉴욕 남부검찰청은 22일 무기 판매와 기업인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메넨데스 의원을 기소했다. 그의 아내, 후원자인 기업인 3명도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메넨데스 의원이 2018년부터 이집트에 대한 무기 판매를 돕고 미국 쪽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집트계 기업인 와일 하나한테 금괴와 현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그 아내 네이딘은 하나의 업체에 이름을 올려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원장은 외국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권을 지녔는데, 그는 2021년 이 자리를 맡기 전에도 외교위 위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검찰은 민주당 3선 상원의원인 그가 후원자를 비롯해 지역구인 뉴저지주 기업인들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필립 셀린저 현 주 검찰총장을 추천하고 수사에 압력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대상자들과 관련된 기업인한테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받았다고 했다. 셀린저 총장 등은 부당한 수사 개입을 거부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 남부검찰청 검사가 22일 기자회견에서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집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현금과 금괴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 남부검찰청 검사가 22일 기자회견에서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집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현금과 금괴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메넨데스 의원은 이런 식으로 기업인 3명한테 현금 55만달러(약 7억3500만원), 금괴 10만달러어치, 승용차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주택 모기지 대금, 운동기구, 공기청정기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메넨데스 의원 집 압수수색에서 벽장, 옷, 금고에 숨긴 현금과 금괴를 찾아냈다. 일부 돈봉투에서는 함께 기소된 기업인과 그 운전기사 지문이 나왔다.

검찰은 서로 연결된 기업인 3명과 그의 불법 거래에는 2019년에 결혼한 아내 네이딘이 중개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컨설팅사 대표 직함을 내건 네이딘은 결혼 전해인 2018년 남편과 하나의 만남을 주선하고, 남편한테 받은 무기 거래 정보를 하나를 통해 이집트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미국은 인권 탄압을 이유로 이집트에 대한 무기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네이딘은 2019년 하나한테 급여 명목의 수표를 못 받아 “너무 화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냈고, 이에 메넨네스 의원이 전화해 1만달러 수표를 받아냈다고 한다. 검찰은 메넨데스 의원이 2021년 이집트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튿날 인터넷에 “금 1㎏ 값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올리고, 아내 네이딘은 2022년 수사를 받는 기업인을 만나고 돌아온 이튿날 보석상에 금괴 12만달러어치를 팔았다는 등 범죄 정황을 자세히 공개했다.

검찰은 하나는 이런 로비 대가로 이집트 정부에서 미국산 육류의 할랄 식품(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한 음식) 검사를 독점하는 특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농무부가 전에는 4개 업체가 한 일을 특정 업체가 독점해 검사비가 올랐다며 이집트 정부에 따졌고, 메넨데스 의원은 농무부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메넨데스 의원은 2015년에도 고급 휴양시설 이용 등 100만달러어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공여자와 원래 친분이 두텁고 대가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

메넨데스 의원은 외교위원장 자리는 내놓지만 의원직은 사퇴하지 않고 무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지난 수년간 막후 세력이 나를 침묵시키고 내 정치적 무덤을 파려고 거듭 시도해왔다”고 주장했다.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심각한 정치인 부패 혐의를 놓고 공화당은 물론 소속 당인 민주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거세다. 뉴저지 제3선거구가 지역구인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은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메넨데스 의원이 사퇴 요구를 거부한다며 “(내년 11월 상원 선거에) 그에 맞서 출마해야만 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소속인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너무 충격적인 혐의”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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