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9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엔이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을 한 나라들이 노예제 피해자 후손들에게 배상을 할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과거 400년 넘게 2500만명~3000만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뿌리를 폭력적으로 뽑아내는 과거 잘못과 그에 따라 남은 유산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각각 행사된 폭력과 환경의 엄중함에 비례해 적절하게 경제적으로 평가된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에 따라 배상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민주의와 노예제의 역사적 잘못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의 맥락에서 경제적 피해를 산정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그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법적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이 “핵심적인 법적 의무의 존재를 무효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당시 가해 나라들이 다양한 수단으로 배상적 정의와 이를 통한 화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과 노예제 운영에 대해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노예제 피해자들의 후손이 많이 사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나라에서 점점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오면서, 유럽 등에서 양심세력을 중심으로 반향이 인 것이다. 실제 네덜란드에선 지난해 12월 마르크 뤼터 총리에 이어 지난 7월엔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노예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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