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돌입을 알리는 행진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FP 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3사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 동시 파업에 나섰다.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고 인플레이션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는 자동차 ‘빅3’ 파업은 미국의 정치와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주목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파업 이틀째인 16일 사쪽과 협상을 이어갔다. 노조는 “오늘 포드와 상당히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다른 사용자인 지엠(GM)이나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지프·램의 모회사)와의 협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조는 전날부터 포드 미시간주 공장, 스텔란티스 오하이오주 공장, 지엠 미주리주 공장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모두 인기 차종을 만드는 곳들로, 전미자동차노조 90년 역사상 첫 3사 동시 파업이다. 하지만 조합원 15만명 중 1만2700명이 일하는 공장 세 곳만 일단 파업에 들어가는 전술을 택했다. 전면 파업으로 급여가 끊기면 조합원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노조의 파업 준비기금에서 생활비를 받는다.
4년간의 노동조건을 정할 이번 협상에서 노조는 임금 40% 인상, 2008년 금융위기 때 약화시킨 신입 노동자 처우 원상회복 등을 내걸었다. 노조는 이런 임금 인상률은 고위 경영진의 급여 상승폭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스텔란티스의 경우 임금 10%를 즉각 인상하는 것을 비롯해 계약 대상 기간 안에 21%를 올려주겠다는 양보안을 내놨다. 또 물가 상승률을 임금에 반영하고, 신입 노동자가 최고 시급(32달러·약 4만2600원)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8년에서 4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16.67달러인 임시직 시급은 21달러로 올리겠다고 했다. 다른 두 업체도 비슷한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쪽은 연금, 건강보험, 고용 보장에 대한 요구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임을 주장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줄리 수 노동장관 직무대행과 진 스펄링 백악관 수석 경제고문을 협상이 열리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보내면서 협상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파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도 뚜렷한 친노조다. 그는 15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헌신한 노동자들은 “그들이 창출에 기여한 이익으로부터 정당한 몫을 받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노동자들이 큰 양보를 얻어낸다면 불평등 확대와 고물가에 고통을 겪는 다른 분야 노동자들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협상이 단기간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내년 대선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때 공급망 차질로 급등했다가 진정세에 접어든 자동차 값이 다시 뛰면 전반적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경제 상황 악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스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전기차로의 이행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부품이 적기 때문에 고용 축소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 요구 사항에는 3사가 신설하는 전기차 공장에도 새 계약을 적용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노조는 전기차 분야 강자인 테슬라나 조지아주에 들어설 현대차 전기차 공장 노동자들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쪽도 전기차를 파업 대응 논리로 내세운다. 전기차 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는 노조 요구를 전부 수용하면 전기차에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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