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3일 내년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거물인 밋 롬니(76) 상원의원이 나이를 이유로 내년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 바이든(80)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에게도 사실상 동반 퇴진을 권고했다.
롬니 의원은 13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새 새대 지도자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겠다며 내년 11월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만약 내가 재선된다면 다음 임기 말에는 80대 중반이 된다”면서, 새로운 세대가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도 나섰으나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롬니 의원은 자신이 출마를 포기한 상원의원 선거와 같은 날짜에 진행되는 내년 대선을 통해 “아마도 트럼프나 바이든 중 하나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은 중요한 문제들을 이끌어나갈 능력이 없고, 트럼프는 중요한 문제들을 이끌어나갈 의지가 없다”고 했다. 공화당 정통 주류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그는 이번 경선에서 다른 인물을 지지할지도 생각해봤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당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함께 물러난다면 참 좋을 것”이라며 사실상 동반 퇴진을 권고하기도 했다.
롬니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미국 정계에서 나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올해 기자회견 중 갑자기 말을 못하고 얼굴이 굳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보이면서 건강 이상설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90) 상원의원은 건강 때문에 의사당을 석 달 가까이 비웠다. 이어지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83) 민주당 하원의원은 내년에 20선에 도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에 재출마하면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대선 후보 사퇴를 권고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82살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며, 민주당원들도 69%가 그의 재출마를 바라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그의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등 업적을 쌓았지만 이제는 나서지 않는 게 “나라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충고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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