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1일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오른쪽 둘째) 부부와 함께 화재로 전소된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 시가지를 둘러보고 있다. 라하이나/AFP 연합뉴스
하와이 대형 산불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휴가를 중단하고 현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내 질과 함께 대형 산불로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고 114명이 목숨을 잃은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의 라하이나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20분간 전용 헬기로 피해 상황을 하늘에서 살피고, 라하이나 시내를 도보로 둘러보면서 브리핑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화재에도 살아남아 기적으로 불리는 150년 된 반얀나무 근처에서 한 연설에서 “너무나 엄청나게 파괴됐다”며 “우리는 마우이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민들을 만나서는 “미국 전체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설에서 19세기 초에 하와이왕국 수도였던 라하이나의 역사를 환기시키고 하와이인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하와이왕국”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재난관리청 간부를 장기적으로 마우이섬 재건 작업을 관리할 ‘연방정부 대응 조정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하이나가 전소되고 13일 뒤에 이뤄진 그의 방문을 두고 실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공항을 나설 때나 그가 라하이나 시내를 둘러볼 때 현지인 수십 명이 “조는 집에 돌아가라”거나 “트럼프가 이긴다” 등의 문구를 쓴 손팻말을 흔들거나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내건 구호들 중에는 “노 코멘트”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주말을 보내던 지난 13일 ‘화재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해 비난 받은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재 직후 마우이섬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나 연방정부의 지원이 느리고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구조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현장을 즉각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마우이섬 방문은 ‘2차 여름휴가’ 중간에 이뤄졌다. 7월 말~8월 초에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휴가를 보낸 그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걸쳐 있는 유명 휴양지 타호 호수로 가족과 함께 다시 휴가를 떠났다가 이번에 하와이를 들렀다. 그가 민주당의 억만장자 후원자한테 일주일간 빌린 호수 주변 집 가격은 20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우이섬 화재 사망자는 지난 19일 현재 11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통지가 이뤄진 사망자는 20일까지 27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실종 신고가 이뤄진 이들의 가족한테서 디엔에이(DNA)를 채취해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아직 850여명이 실종자로 분류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 실종자가 2천명이 넘었으나 현지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의 작업을 통해 1285명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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