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태나 주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잘못”이라며 소송을 낸 청소년들이 12일(현지시각) 재판이 열리는 몬태나 주 루이스·클라크 카운티 법정으로 가고 있다. Our Children's Trust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잘못”이라고 소송을 내어, 3년여 만에 승소했다.
미국 몬태나 주의 지방법원은 14일(현지시각) “주 정부가 화석연료 허가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살펴보지 못하게 막는 정책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몬태나 주 헌법은 “주와 개인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몬태나의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개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종류의 환경 소송은 미국 여러 곳에서 제기됐지만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비록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버드 법학대학원의 리처드 라자러스 교수는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와 관련해 위헌 결정을 받아낸 것은 처음”이라며 “연방 법정이 아니라 주 법정에서 연방 헌법이 아니라 주 헌법에 기초해 위헌 결정을 한 것이지만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개척자적인 승리”라고 말했다.
재판장 케이시 실리 판사는 주 정부가 ‘몬태나 주의 온실가스 배출은 대수롭지 않다’고 변론한 데 대해 “이들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변화에 중요한 요소”라고 반박하고 “온실가스 배출 때마다 기후 악화는 되돌리기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 정부가 왜 정책에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내놓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몬태나 주는 미국 주요 석탄 산지이며 대규모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주 정부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주 정부와 의회의 결정 사항이어서, 당장 직접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몬태나 주는 주 정부와 주 의회 모두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화석연료 친화적인 주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에는 5살부터 22살에 이르는 몬태나 주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했다. 클레어 블레이시스는 17살 때 원고가 되었으며 이제 20살로 스키 강사를 하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가 삶의 모든 면에 드리워져 있다. 많은 젊은이가 미래와 관련해 정말로 무기력증을 느낀다”며 주 정부와 의회가 이번 판결과 주 헌법을 존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몬태나 주 법무장관의 대변인은 실리 판사를 “이념에 물든 판사”라며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몬태나 주민은 기후변화에 아무 책임이 없다”며 “이런 법 논리는 연방법원에서, 또 많은 다른 주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여기서도 그렇게 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몬태나 주 정부는 항소할 뜻을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변론에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더 높은 온도와 가뭄, 산불 같은 자연재해를 몰고 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몬태나 주 정부는 “몬태나 주가 탄소 배출을 멈추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며 몬태나 주의 탄소 배출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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