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공화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부자나라를 향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기금 지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 둘째 날인 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몇 세기 동안 전세계 대기를 오염물질로 채운 건 산업화한 부자나라들”이라며 “그들은 이제 망가진 것을 복원하기 위해 자기 몫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돈이 필요한 것은 브라질이 아니다. 콜롬비아도 아니고 베네수엘라도 아니다. 바로 자연이며 자연이 재정지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이런 요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고 있는 남미 8개 나라의 정상과 대표, 그리고 또다른 열대우림이 있는 콩고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의 정상과 대표들이 모여 열대우림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방안을 협의한 뒤 나온 것이다.
이들은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우리 숲을 위해 단결하자’는 제목이 붙은 성명을 통해 무분별한 벌목을 줄이고 경제 번영과 환경보호를 조화시킬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해마다 1천억달러(131조원)씩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나아가 이 기후기금을 2030년까지 2천억달러(263조원)로 늘리라고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부자나라들을 겨냥해 “그들이 남아 있는 숲을 제대로 지키고 싶다면 돈을 써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숲만 걱정할 게 아니라 그 숲에서 사는 사람들, 그 숲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먹고,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도 신경 써야 한다”며 “우리가 숲을 보살피는 건 이들을 보살필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건 바보짓”이라며 “그렇지만 숲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단순히 나무를 그만 베는 것뿐 아니라 아마존에 사는 5천만 인구에 존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 정상회의는 이날 이틀에 걸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앞서 참석자들은 회의 첫날 공동선언문을 내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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