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이 유엔사에 대한 일본의 역할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전우회가 25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여한 앤드루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은 ‘일본이 유엔사에 후방기지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군이 유엔사에서 핵심 참모를 맡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영국군 육군 중장인 해리스 부사령관은 이어 일본의 유엔사 참여 문제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면서도 “한·미·일 삼자 관계의 지정학적 변화를 고려하면 이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유엔사와 관련한 역할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것과 관련된 진전은 유엔사가 제공하는 억제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미-일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사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유엔사 참여 문제는 2019년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표현한 게 발단이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유엔사는 한반도 전쟁 발발 때 병력과 장비의 보급을 위한 후방기지 7곳을 일본에 두고 있다. 이런 문구는 일본을 유엔사 후방기지 운용 편의를 제공하는 기존 역할을 넘어 ‘전력 제공국’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엔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을 ‘전력 제공국’으로 지정해, 한반도 유사시 다시 지원을 받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한국전쟁 참전국이 아닌 일본은 ‘전력 제공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이후 정전 체제 관리로 주된 역할이 축소된 유엔사를 강화하고 나선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통해 일본 자위대에 한국 안보 문제 간여의 길을 터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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