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경계인 리오그란데강에서 인부들이 수중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이글패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가 중남미 출신자들의 무단 월경을 막겠다며 멕시코 국경 지대에 ‘수중 장벽’까지 설치했다가 연방정부한테 소송을 당했다.
미국 법무부는 24일 텍사스주가 최근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철거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불법 설치물은 텍사스주 비용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의 지시로 텍사스주 이글패스 지역의 강물에 띄운 장벽은 길이 305m짜리다. 텍사스주는 강둑에는 철조망을 쳤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설치한 이 장벽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일으키고 환경에도 해롭다고 주장했다. 강 건너 멕시코 도시들과 협의하지 않은 것도 불법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도 협의 없이 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국제 조약 위반이라며 미국 정부에 조처를 요구했다. 앞서 리오그란데강에서 관광객들에게 카약과 카누를 빌려주는 업체도 영업 방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남미 출신자들의 주요 월경 통로가 돼온 텍사스주의 공화당 주정부는 해법을 놓고 연방정부나 민주당 주정부들과 거칠게 대립해왔다. 애벗 주지사는 월경자들을 붙잡아 버스로 민주당이 집권한 주의 도시들로 실어나르기까지 했다. ‘보호하고 싶으면 당신들이 하라’는 취지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영하의 날씨에 월경자 100여명을 워싱턴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앞에 내려놨다. 애벗 주지사는 당시 “부통령과 대통령이 국경에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월경자들을) 직접 보게 해주겠다”고 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에는 법무부의 장벽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대통령, 법정에서 텍사스와 만납시다”라고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백악관은 지난 5월 새로운 억제 정책 발효 뒤 월경자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애벗 주지사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애벗 주지사의 행동은 “위험한 곡예”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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