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잭 스미스 특별검사. AFP 연합뉴스
기밀 문건 무단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 내년 5월20일로 정해졌다. 다른 재판 일정도 줄줄이 잡힌 그는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 본선 때까지 유죄 선고의 위험 속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 남부연방지법 판사는 퇴임 뒤 기밀 문건을 다량 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을 내년 5월20일에 시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증거 조사 등을 위한 비공개 사전 심리는 그 전부터 진행된다. 재판 일정은 외관상 올해 12월에 재판을 개시하자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와 내년 11월 대선 뒤로 미루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대선 뒤로 미루자고 한 것은 재판에 시간을 뺏기는 것을 걱정할 뿐 아니라, 대선에서 이겨 스스로를 사면할 의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다른 재판도 받기 때문에 기밀 유출 사건 재판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다.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공화당 주별 경선은 5월 중순이면 대부분 마무리된다. 따라서 5월20일 이후 2주 동안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참여하는 기밀 유출 사건 재판 결과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10월2일 뉴욕주가 그와 가족이 사업을 하며 사기를 저질렀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 일정이 잡혀 있고, 내년 1월15일에는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청구한 소송에서 이긴 여성이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어 3월25일에는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과 관련해 맨해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이 예정된 상태다. 경선 기간에 재판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공화당원들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여부와 상관없이 그를 지지하겠다는 이들이 많아, 경선 기간 중 재판 동향이 판세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리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한 뒤 본선 과정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공화당은 중범죄자라는 판결을 받은 그를 계속 당의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특검이 조만간 1·6 의사당 난동 사태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도 대선 투표 결과 번복 시도에 대한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대선 경선과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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