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가 이번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대인들과 중국들은 대부분 면역이 되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을 내놔 비난을 사고 있다.
<뉴욕 포스트>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록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선거운동본부 간부와 언론인들의 만찬 모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 인종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주장이 있다”고 발언했다며 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는 코카시안들과 흑인들을 표적으로 삼게 돼 있다. 아슈케나지 유대인들과 중국인들은 면역력이 가장 크다”고 말하는 게 영상에 나온다.
이 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백인들과 흑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유대인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유럽 계통 유대인들과 중국인들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설계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뒤 형에 이어 암살당한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이다. 지난 4월 후보로 등록하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전부터 코로나19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거부 운동을 펼치는 등 음모론을 펴왔다.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겠다는 사람의 이런 발언에 유대인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유대인들의 단체 반명예훼손연맹의 대변인 제이크 하이먼은 “중국인이나 유대인들이 코카시안과 흑인들을 공격하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생물학무기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매우 불쾌하며, 그런 주장은 중국인 혐오나 유대인 혐오로 이어질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스톱 아시아인 혐오 프로젝트’의 제인 심 국장도 케네디 주니어의 발언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에 빗대며 “무책임하고 혐오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발언에 대한 보도를 두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종별 영향이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뜻으로 말한 적은 결코 없다”고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 등이 특정 인종을 노리는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경선에서 연임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적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15~20%의 만만찮은 지지를 기록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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