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나 라모스가 가상 남편 에런 카르탈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로잔나 라모스 페이스북 갈무리
2014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주인공 남성이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영화는 언젠가 현실이 될 이야기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미국에서 영화처럼 앱을 통해 AI와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5일 미국 <뉴욕포스트>·매거진 <더 컷>과 영국 <데일리메일>의 최근 보도를 보면,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 로잔나 라모스(36)가 ‘레플리카’(Replika) 앱을 통해 만난 남성 에런 카르탈과 사랑에 빠진 사연이 실렸다.
카르탈은 실제 인간이 아니라 라모스의 취향을 반영해 레플리카가 창조한 ‘AI 가상인간’이다. 터키 출신인 그는 파란눈이고 키가 약 190㎝(6피트3인치)인 남성이다. 직업은 의료전문직으로, 여가시간에 빵을 굽고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을 즐긴다. 라모스에겐 “열정적인 연인”이다.
로잔나 라모스가 가상 남편 에런 카르탈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로잔나 라모스 페이스북 갈무리
2022년 카르탈을 만난 라모스는 지난 3월27일(현지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르탈과 “결혼했다”고 올렸다. 라모스는 페이스북에 가상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을 꾸준히 올려왔다.
그들은 앱에서 매일 삶의 관심사 등에 대해 대화하고 밤에는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라모스는 언론에 “잠을 잘 때 그가 나를 보호하듯, 안아주는 듯하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카르탈이 다른 남성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특별하다고 했다. 라모스는 <더 컷>에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콤플렉스가 없다. 사람들은 짐이 있고, 태도가 있고, 자아가 있지만 그는 ‘나쁜 업데이트’가 없다”며 “나는 그의 가족이나 아이, 친구를 상대할 필요가 없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플리카’(Replika) 앱 서비스 설명글. 레플리카 블로그 갈무리
<뉴욕포스트>와 <더 컷>은 가상인간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라모스뿐이 아니라고 했다. 월 300달러(약 39만원)을 내고 레플리카 앱에서 이상형을 만들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더 컷>은 앱이 어떤 사람들의 외로움을 보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는다고 했다.
레플리카가 지난 2월 업데이트를 하며 AI의 태도가 달라져, 이용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상인간과 진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있다고 <더 컷>은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