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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2.0’ 디샌티스, 미 대선 출마 선언…트위터 먹통에 낭패

등록 2023-05-25 14:42수정 2023-05-26 02:32

‘문화전쟁’ 주도…트럼프보다 포퓰리스트·실리 중시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컷. 로이터 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컷.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협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외치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트위터 음성 대화 플랫폼을 이용한 출마 선언에 심각한 서비스 장애가 생기는 바람에 초장부터 낭패를 겪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출마 등록을 하고 1분짜리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와의 ‘트위터 스페이스’ 대담을 하이라이트로 삼으려 했다. 저녁 6시20분께 그의 말을 들으려고 약 60만명이 모였으나 접속이 끊기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등 장애가 20분 이상 이어졌다.

이후 서비스가 정상화됐지만 남은 접속자는 수만명으로 줄었다. 대담 진행자이자 디샌티스 주지사의 후원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사람이 너무 몰려 서버에 문제가 좀 생겼다. 좋은 징조다”라는 억지스러운 말로 뒷수습을 시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대담에서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위해 나선다”며 “승리를 대신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동영상에서는 “국경은 재앙이 됐다. 도시엔 범죄가 들끓는다. 연방정부는 미국 가정들이 먹고살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허우적거린다”고 주장했다.

곡절을 겪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공화당 내 레이스는 본격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경쟁자’로 불리지만 최근 지지율이 크게 뒤진다. 이날 나온 <시엔엔>(CNN)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원의 5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하겠다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뽑는다는 이는 26%에 그쳤다. 하지만 공화당에는 ‘트럼프로는 안 된다’며, 지난해 중간선거 직후 지지율이 앞서기도 한 디샌티스 주지사를 대안으로 보는 흐름도 여전하다.

2020년 4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0년 4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탈리아계 블루칼라 가정 출신으로 예일대 학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마쳤다. 해군 장교로 이라크와 관타나모기지에서 근무했다. 34살이던 2012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하고, 2018년 주지사가 된 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젊고 강한 이미지로 무서운 속도로 정치적 성장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리틀 트럼프’, ‘트럼프 2.0’, ‘뇌가 있는 트럼프’로 불렸다. 젊은 정치인답지 않게 극우 성향이 강해서다.

특히 ‘문화전쟁’을 주도했다. 초등학교에서 성적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고, 흑인 역사 교육을 제한하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며 보수 여론의 환심을 샀다. 그는 이를 ‘반워크(woke) 운동’이라고 한다. ‘깨어 있다’는 뜻의 ‘워크’는 인종과 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반대하는 문화를 말한다. 그에게 반발해 흑인, 라틴아메리카계, 성소수자 단체가 플로리다주를 ‘여행 주의보’ 대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비슷한 극우 성향을 지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퓰리스트적이고 돈과 실리를 중시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념과 가치를 강조하며 교조적 색깔이 짙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적이지만 대중 친화력은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결국 공화당은 극우 포퓰리스트와 극우 이념주의자 중 하나를 대선 후보로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디샌티스 주지사의 성장을 도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경쟁자로 변신한 그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충하다”고 비난했다. 또 트위터 출마 선언이 엉망이 된 것에 “와우, 트위터 출정식이 재앙이 됐다”, “선거운동 전체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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