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지난해 2월 10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섰던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39)가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이동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돌연한 미국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과이도는 베네수엘라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에 들어갔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다른 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걸어서 입국했다“며 “베네수엘라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내일 회의에 참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미국·영국 등 20개국 대표단이 모여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과 여야 대화 재개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과이도도 마두로도 초청되지 않았다. 과이도는 “회의장 바깥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비행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기내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독재자의 박해를 피해 마두로 정권에 도전하기 위해 보고타로 가는 여정 60시간 뒤 그들은 나를 콜롬비아에서 쫓아냈다”고 적었다. 마이애미에 도착한 뒤엔 현지 언론과 만나 가족과 동료들이 위협받고 있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생각은 없다”며 10월로 예정된 야권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콜롬비아는 과이도가 변칙적인 방식으로 입국했지만 추방하진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우리 이민국 직원이 보고타에 변칙적인 방식으로 입국한 과이도가 미국행 항공기에 탈 수 있도록 엘도라도 국제공항까지 동행했다“며 “비행기표는 이미 과이도가 구입해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알바로 레이바 외교장관도 과이도가 콜롬비아 당국 모르게 국경을 넘어 입국했다며 “우리는 누구라도 못 들어오게 하거나 추방하지 않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를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이었던 과이도는 마두로 대통령이 승리한 2018년 대선을 ‘부정 선거’로 규정한 미국 등 서방에 의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국민지지도가 떨어지고 야권이 분열하며 지난해 12월 임시정부 체제가 해산됐다. 그 역시 임시대통령직에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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