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오른쪽)이 18일 브라질을 방문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브라질리아/EPA 연합뉴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독려하지 말라”고 미국에 충고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대해 “충격 받았다”, “심각한 문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연일 비판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룰라 대통령 발언의 “어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선 15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전쟁을 독려하는 것을 중단하고 평화를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한 것이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물론 우리도 이 전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룰라 대통령의 ”그런 어조는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전쟁을 독려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에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브라질은 전혀 사실을 쳐다보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의 선전을 흉내내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성토했다.
브라질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며 미국 등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방중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쟁 종식을 위해 각국 지도자들이 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대화도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강한 비판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브라질을 방문하는 중에 나온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17일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전쟁의 빠른 종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비에이라 장관도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일방적 대러 제재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룰라 대통령도 만났다. 비에이라 장관은 커비 조정관의 비난에 대해 이날 “그가 왜, 또는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으나 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의 연이은 룰라 비판은 브라질이 더 이상 러시아에 밀착하지 못하도록 경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브라질도 살짝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룰라 대통령은 18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우크라이나 영토의 통합성 침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전쟁을 벌여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범하고 일부 영토를 일방적으로 합병한 데 대한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과 브라질이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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