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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항구의 중국산 크레인, 간첩 활동하는 ‘트로이 목마’?

등록 2023-03-06 13:47수정 2023-03-07 02:32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위로 크레인들이 솟아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위로 크레인들이 솟아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미국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내리는 중국산 크레인이 중국의 정보 수집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오는 주장으로, 중국산 크레인을 퇴출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국방부 등에서 중국산 대형 항만 크레인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품질은 좋고 값은 싼 중국산은 미국 항만 크레인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안보 당국 관리들은 정교한 센서를 단 중국산 크레인은 컨테이너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추적해 정보 수집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주요 항만이 담당하는 군용 물자 이동이 중국에 간파당할 수 있다며 중국산 크레인을 ‘트로이 목마’라고 부른다.

크레인이 화물 운송 교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윌리엄 에바니나 전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 국장은 중국이 크레인을 원격 조종해 화물 운송을 교란할 수도 있다며 “크레인은 새로운 화웨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간첩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하고 있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크레인에 빗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이 문제 논의에 간여했다는 전직 관리 숀 플랭키는 중국군이 크레인에 접근할 수 있다면 해군을 동원하지 않고도 미국 항구들을 폐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도 2021년 중국이 항구 운영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기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항만 크레인을 생산하는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은 세계 시장 점유율도 70%에 이른다. 상하이전화중공업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세계 각지에서 항구 자동화 사업도 추진한다. 상하이전화중공업은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주력 업체인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의 자회사다. 미국은 중국교통건설의 5개 사업부가 중국군 관련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2020년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이 신문은 중국산 크레인의 안보 위협 가능성은 여러 기관에서 들여다본다고 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2021년에 상하이전화중공업의 크레인을 싣고 볼티모어항으로 가던 선박을 수색해 정보 수집 장비를 발견했다. 지난해 말 통과된 미국 국방 예산법은 교통부가 국방부와 협조해 올해 말까지 외국산 크레인의 안보 위협에 대해 조사하라고 했다. 지난해 하원에서는 중국산 크레인 구매 금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주변에 주요 군사시설이 있는 동부의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주의 항구가 중국산 신형 크레인을 설치하는 게 특히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쪽은 크레인이 첩보 활동에 사용되거나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 사례에서 보듯 중국산 전자·통신 장비나 서비스 공급 확대는 미국을 중심으로 정보 수집 논란을 계속 낳고 있다. 중국산 수하물 검사기나 변압기도 첩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시비가 일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크레인 논란에 대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질문에 중국산이라면 의심부터 하는 “편집광적” 태도 탓이라고 반응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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