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AP 연합뉴스
러시아통인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구의 정치적 피로가 커지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번스 국장은 26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현재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닳게 만들 수 있다며 스스로의 능력을 매우 자신”하면서 전쟁을 지속한다는 “아주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진단은 미국이 2년 차에 접어든 전쟁의 종전이나 평화 협상 가능성에 당장 희망을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주러시아 미국대사(2005~2008년)를 지낸 번스 국장은 지난해 11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해외정보국 국장을 만났을 때 푸틴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된 “건방짐과 자만심”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보며, 우크라이나를 마모시키고 (미국의) 유럽 동맹들을 닳아빠지게 만들면 정치적 피로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갖고 있으며, 결국은 다른 문제로 옮겨갈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의원들을 비롯한 미국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불평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군사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지원에 750억달러(약 98조5800억원)가량을 썼다.
번스 국장은 그러나 “푸틴도 어느 시점에는 증가하는 비용과 러시아의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돌아오는 관들을 직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도 “총알받이로 던져진” 징집병들의 인명 손실 확대로 정치적 부담을 안을 것이라는 얘기다. 번스 국장은 당시 나리시킨 국장에게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푸틴 대통령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번스 국장은 최근 미국이 제기한 중국의 대러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행위는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내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을 주시하면서 “여러 면에서 긴장하고 냉정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댄다면 “진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울질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미국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전달했을 뿐 아니라 어떤 이해관계와 대가가 따르는지 제시했다”고 했다. 미국이 대러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 100기와 다른 살상 무기를 보내는 것을 고려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슈피겔>도 중국이 드론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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