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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확장억제 현실성 갖추려면 드론 이용한 요격체계 검토해야”

등록 2023-02-15 15:06수정 2023-02-16 02:04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출처: 매사추세츠공대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출처: 매사추세츠공대

북한이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비롯한 미사일을 대거 공개하며 ‘핵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인 가운데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분야 권위자인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9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진행한 줌 인터뷰에서 확장억제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미국을 노리는 미사일이 아직 취약한 발사 ‘초기 단계’에 드론으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쪽의 근본적 의문은 ‘미국이 핵 사용 위협에 직면해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이 당할 가능성을 무릅쓰고 약속을 지킬 것인가’인데 기존 지상 기반 미사일 방어(MD) 체계는 요격 능력이 매우 떨어져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선) 한국을 지원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며, 드론을 이용하는 ‘공중 순찰’ 시스템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사일 방어 체제에서 ‘공중 순찰’은 무엇을 의미하나.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인가?

“15㎞ 고도를 비행하며 특수 요격 미사일 2~4기를 장착한 드론을 동해에 24시간 배치하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 초속 5㎞의 미사일로 요격하는 개념이다. 24시간 동안 체공이 가능한 드론을 교대로 배치해야 한다. 이 체계 개발에 필요한 로켓 엔진, 센서, 유도 장치는 모두 현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드론이 필요한가?

“동시에 몇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느냐에 달렸다. 5기를 쏜다고 가정하면 5대가 공중에 대기해야 한다.”

—기존 지상 기반 요격 체계의 문제는 뭔가?

“이는 실행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에서는 공기 항력이 없어 깃털이든 바위든 진행 속도가 같다. 핵탄두 모양 풍선을 띄워도 실제 핵탄두와 구분할 수 없다. 기만탄(가짜 탄두) 수백 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가장 좋게 말해도 기존 요격 체계는 돈 낭비일 뿐이다. 사람들이 그것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상대의 공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 최악의 측면이다.”

—드론 이용 요격 체계도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하지는 못하지 않나?

“그런 단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받은 미국이 자신들을 돕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새 요격 체계는 미국이 공약을 지키는 데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다.”

—북한은 최근 열병식에 개발 중인 고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내놨다.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대응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초기의) 동력 비행 시간이 300초, 고체연료 미사일은 180초 정도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이동도 쉽다. 하지만 고체연료 로켓 모터는 훨씬 밝은 빛을 만들어내 눈에 더 잘 띄는 면도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 격추를 위해서는 더 빠르고 더 큰 요격 미사일이 필요하다. 이것도 개발이 가능하다.”

—한-미는 전략자산 전개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방어 체계 추진이 외교적 지렛대로 쓰일 수 있을까?

“전략자산 전개는 공허한 위협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기에 한국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 전략자산을 더 보낸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난 새로운 요격 체계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는 과학자로서 그 가능성에 대해 알려줄 뿐이다. (현 상태에서) 미국이 (핵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미국인은 거짓말하는 것이다. 결국 열쇠는 외교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면서 북한에 대한 무력 과시만 계속한다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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