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취재 중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알자지라> 방송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의 벽화가 가자 시티의 벽에 그려져 있다. AP 언론인보호위원회 누리집
지난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나라에서 숨진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다 숨진 언론인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 있는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4일(현지시각) 누리집에 올린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에서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적어도 67명이 숨졌는데 이는 한 해 전인 2021년 45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명 이상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나라에서 숨졌고, 15명 이상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취재하다 희생됐다.
보고서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이처럼 많은 언론인이 숨진 것과 관련해 “이 지역에서 언론인들이 범죄와 부패, 조직폭력, 환경 문제 등과 같은 주제를 취재할 때 부딪히는 엄청난 위험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드 라 세르나는 “이 지역의 취재 환경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그 이유로 언론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을 공격해도 아무도 처벌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건이 미제로 남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도 기소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나라별로는 멕시코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이티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칠레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과테말라, 파라과이 등지에서도 언론인 피살 사례가 보고됐다. 페루에서는 지난달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시위 등을 취재하다 70명이 넘는 언론인이 공격당했으며,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경찰의 총격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보고서가 밝혔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멕시코와 아이티의 언론인 피해 숫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언론인이 희생당한 숫자와 견줘볼 수 있다”며 “그러면 이들 나라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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