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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창조된 인물’급 경력 위조…미 하원의원 당선자 사퇴 압박

등록 2022-12-28 13:08수정 2022-12-28 17:09

조지 산토스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뒤인 지난달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연합 연례 지도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
조지 산토스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뒤인 지난달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연합 연례 지도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유권자들 선택을 받아 화제가 된 미국 하원의원 당선자의 학력·경력·가계 등 ‘인생 스토리’가 허위로 드러나거나 심각한 의심을 받고 있다. 취임 전부터 심각한 사퇴 압력에 내몰리게 됐다.

테드 류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7일,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뉴욕 제3선거구에서 당선된 공화당의 조지 산토스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산토스에게 패한 민주당의 로버트 짐머맨은 모든 것을 솔직히 공개하고 자신과 다시 승부를 보자고 했다.

새 의회 개원을 일주일 앞두고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유권자들이 ‘창조된 인물’에 표를 줬다고 할 정도로 산토스의 경력 등이 가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뉴욕 타임스>가 산토스가 선거운동 사이트와 유세에서 밝힌 주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난 19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악의적 보도라고 반응하던 산토스는 26일 <뉴욕 포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보도 내용을 일부 시인했다.

산토스는 뉴욕대 등 대학 2곳을 다녔다고 밝혀왔으나 사실은 “어떤 고등교육기관도 졸업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대형 투자은행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이 두 곳과 거래하는 업체에서 일한 적은 있다고 했다.

다른 여러 가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거나 심각한 의문의 대상이 됐다. 산토스는 조부모가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으며, 자신은 “자랑스러운 미국 유대인”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모계가 유대계이지만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고 해명했다.

또 산토스는 어떤 범죄 경력도 없다고 했지만, <뉴욕 타임스>는 그가 브라질에서 도난당한 남의 수표책을 이용해 수표를 발행한 사실이 현지 법원 기록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재산 내역도 의문이다. 뉴욕시 퀸스 구역에서 아파트 월세를 내지 않아 2014년 이후 두 차례 퇴거 명령을 받았는데 선거운동본부에는 70만달러(약 8억9천만원) 이상을 빌려줬다. 산토스는 당시 암을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때문에 돈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산토스는 2016년 숨진 어머니에 대해서도 2001년 9·11테러 때 맨해튼 쌍둥이빌딩에서 금융회사 간부로 일했는데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고용 기록을 통해서는 그 어머니가 퀸스 구역에서 1994년 폐업한 업체에서 일한 내용만 확인된다고 했다. 또 산토스의 어머니는 집안일을 돕는 업무를 했지 금융회사 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산토스가 밝힌 것들 중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가 되고 나니, 성정체성 주장이 맞는지 의문을 품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는 여성과 결혼했었다는 소문에 대해 이번에 “여성들과 사귀었고 한 여성과 결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람은 바뀐다”며, 지금은 게이 남성과 결혼 생활을 한다고 했다.

산토스는 거짓말 논란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더블유에이비시>(WA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사람이 경력을 과장한다”고 했다. 가짜 취업 이력에 대해선 “단어를 잘못 골라”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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