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남동부의 멕시코 국경 지대에 이달 초 컨테이너를 2겹으로 쌓아 만든 장벽이 설치돼 있다. AP 연합뉴스
임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가 컨테이너로 국경 장벽 쌓기를 이어가면서 연방 정부와 후임자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다음달 초 퇴임하는 더그 두시 애리조나 주지사(공화당)가 국유림 등 국유지에 컨테이너 장벽 건설을 강행하면서 불법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시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에 설치한 장벽에 빈 공간이 있다며 이를 컨테이너로 메우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는 지난 8월 애리조나주 남서부에 컨테이너 130개를 쌓아 약 1.2㎞ 길이의 장벽을 만들도록 했다. 그 뒤로는 주 동남부에서 9500만달러(약 1245억원)를 들여 16㎞ 길이의 컨테이너 장벽 건설에 들어갔다.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고 빈틈은 금속으로 메우는 작업을 했고, 위에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현재 3분의 1가량 장벽이 완성됐다.
항의 시위 등으로 현재 작업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컨테이너 장벽은 다음달 초 민주당 소속 주지사의 취임을 앞둔 상황이라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캐리 레이크를 꺾은 케이티 홉스 당선자는 취임하면 컨테이너를 홈리스 주거용 등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두시 주지사는 멕시코 쪽으로부터 월경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마약, 범죄, 인도주의적 문제가 섞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벽을 쌓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장벽을 쌓는 곳이 연방정부가 소유한 국유림 지역인 데다, 애리조나주 등의 멕시코와의 긴 국경 지대는 별도 법령으로도 국유지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 산림청 등 연방 기관들은 불법 장벽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재규어 등이 이동하는 곳에 컨테이너를 쌓는 것은 생태적으로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두시 주지사는 국경을 따라 쭉 설정된 좁은 지역인 ‘루스벨트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의 국유지는 사실은 주정부 소유라고 주장하며 10월에 소송을 냈다. 그는 주정부는 침입자를 막을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반면 <에이피> 통신은 새 컨테이너 장벽 건설 지역을 월경자들이 이동 통로로 사용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장벽 설치가 예정된 곳의 한 보안관은 만약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는 사람이 있다면 폐기물 불법 투기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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