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직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4개국 참여한 장외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지난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21일 열렸으나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확연한 입장 차이만 드러났다.
미국의 요구로 열린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올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 8차례를 비롯해 모두 63차례 탄도미사일을 쐈다며 “불법적 탄도미사일 발사, 다른 위험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장했다. 또 그동안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나 규탄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두 안보리 참여국의 (추가 조처에 대한) 노골적 방해는 동북아시아와 세계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지만 항상 북한만 비난할 수는 없다며, 안보에 대한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한반도 상황 악화는 “미국이 제재 부과와 무력 행사로 평양의 일방적 무장 해제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은 2017년 말 채택한 안보리 결의 제2397호의 ‘유류 트리거’ 조항에 따라 대북 석유 공급 상한을 축소해야 한다지만, 중·러는 미국도 긴장 고조에 책임이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달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미국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올해 10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도 공동 대응이 합의되지 않자, 한·미 등 14개국 대사들은 북한을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다시 발표했다. 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러가 추가 제재에 계속 반대한다면 “다른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제재에는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히는 중·러가 미국이 제안하는 북한 규탄 의장성명에는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웬디 셔먼 부장관이 이날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통화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이 통화에서 북한의 노골적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했으며, 셔먼 부장관은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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