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사용자를 속여 위치정보를 모았다는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40개 주에 3억9150만달러(5192억원)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코네티컷주와 오리건주 등 40개 주 검찰총장은 1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미국 역사상 여러 주가 포함된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정보 피해 합의이고 소비자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에이피>(AP) 통신이 2018년 구글의 기만적인 위치정보 수집을 보도하며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탑재된 검색 엔진을 통해 사용자가 ‘위치 히스토리’라는 기능을 비활성화해도 다른 기능으로 위치 정보를 계속 추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주 정부들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
코네티컷주 검찰총장 윌리엄 통은 “이번 합의가 기술 의존도가 커지는 시대에 소비자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며 “위치 데이터는 구글이 수집하는 가장 민감하고 가치 있는 정보 중 하나로, 소비자가 추적을 받지 않아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검찰총장 엘런 로젠블럼도 구글의 행위가 “교활하고 사기적”이라며 이번 합의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는 이들 두 개 주말고도 아칸소, 플로리다, 일리노이, 루이지애나, 노스 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테네시주 등이 참여했다.
위치정보 수집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20억명과 아이폰에서 구글맵과 구글 검색을 사용하는 몇억명이 연루된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이다. 구글이 사용자 위치정보 수집에 혈안이 된 이유는, 위치정보가 사용자 주변 업체의 광고주를 섭외하기 위한 맞춤형 광고 제작에 핵심적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2020년 5월 가장 먼저 관련 소송을 낸 애리조나주는 지난달 구글과 8500만달러(112억원) 보상에 합의했고, 다른 몇몇 주도 추가로 소송에 합류했다.
미국에서 주정부들이 소송에 나선 것은 연방 차원에서 구글 등 빅테크에 대한 법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자구적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빅테크의 강력한 로비를 받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를 연방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유럽에서 2018년 이래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엄격한 개인정보 수집 규제를 어겨 거액의 벌금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구글은 맞춤형 광고를 위해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모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1천억원을 맞았다.
구글은 이에 대해 사용자 위치추적과 관련한 결함은 이미 수정됐다고 밝혔다. 구글의 대변인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이룬 진전에 따라 이번 사건이 해결됐다. 이번 사건은 몇 년 전 이미 바꾼 낡은 생산 정책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합의에서 어떤 사용자 정보를 수집했는지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등 좀 더 투명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도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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