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부부가 24일(현지시각) 상파울루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정치인이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해 두 명이 다쳤다. 30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브라질 정치권의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격 사건은 23일(현지시각) 브라질 연방경찰이 호베르투 제퍼슨(69) 전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리오데자네이루 자택을 찾아가면서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제퍼슨 전 의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곤 했던 정치인으로, 지난해 법원을 공격하는 가짜 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가택연금 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가 온라인으로 대법관을 “마녀”, “창녀”라고 부르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자, 대법원이 연금 조건을 어겼다며 경찰에 그를 구속하라고 명령했다.
제퍼슨 전 의원은 경찰이 집행을 위해 찾아오자 총과 섬광 수류탄을 쏘며 저항했다. 그는 경찰과 8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체포됐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두 명이 다쳤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선 결선투표를 한 주 앞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대결이 격렬해지며 발생한 사건이라며 향후 대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대학의 정치학자 마우리치우 산토루는 “우리가 본 것은 선거폭력의 새로운 서막일 수 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에 질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지지자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보여주는 예고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에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룰라 전 대통령 쪽은 즉각 제퍼슨 전 의원의 총격에 대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폭력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공격에 나섰다. 룰라는 소셜미디어에 “증오와 폭력, 법 무시. 제퍼슨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다. 그는 우리 적의 주요 동맹”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대법원을 비판해온 보우소나루는 이번 사건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듯 “경찰에 총을 쏘는 사람은 누구라도 도적”이라며 제퍼슨 전 의원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그는 “그와 나는 사진 한 번 같이 찍은 적 없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곧바로 소셜미디어에는 두 사람이 대통령궁에서 만난 사진이 떠돌았다.
대선 여론조사 상으로는 현재 룰라가 앞서고 있다. 결선투표를 엿새 앞둔 24일 여론조사기관 ‘아틀라스인텔’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룰라가 52.0% 대 46.2%로 우위를 보였다. 같은 조사기관의 두 주 전 여론조사 51.1% 대 46.5%보다 격차가 살짝 더 벌어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