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14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회의장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평균적으로 63%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달 7~11일 경제 전문가 66명에게 12개월 안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지를 물은 결과, 이들이 제시한 확률의 평균이 63%로 나타났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런 수치는 7월 조사(49%)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빠르게 둔화되던 2020년 7월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긴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6%, 2분기는 -0.9%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침체로 분류하는 기준이라면 이미 침체에 진입한 게 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고용이 견고하다는 등의 이유로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고 하고, 이에 큰 반론이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내다본 내년 1분기 성장률 평균은 0.2%, 2분기는 -0.1%일 정도로 경기 전망이 계속 밝지 않다. 게다가 고용 축소 전망도 많아, 실업이 증가하는 실질적 의미의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에는 비농업 고용이 매달 3만4천명씩 줄고, 3분기에는 3만8천명씩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런 전망을 종합하면, 지난달 3.5%에 그쳤던 실업률은 12월 3.7%, 내년 6월 4.3%, 내년 말 4.7%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 증가와 경기 냉각을 초래하지 않고는 심각한 물가 상승률을 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58.9%는 연준이 금리를 너무 올려 경제에 불필요할 정도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나타냈다. 이들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평균은 4.267%다. 연준은 9월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회 연속 밟았다. 이런 전망치가 현실화되려면 11월에 기준금리를 다시 0.75%포인트 올리고 12월에 0.5%포인트를 추가해야 한다. 컨설팅 업체 케이피엠지(KPMG)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연준은 실업률 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냐 아니면 경제를 더욱 좀먹는 인플레이션이 뿌리를 내리는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중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의 정점을 놓고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내년 6월에 4.551%까지 이를 것으로 봤다. 약 30%는 연준이 내년 4분기부터 기준금리를 깎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다른 약 30%는 2024년 1분기를 그 시기로 봤다.
한편 미국이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본 전문가들의 예상 침체 기간 평균은 8개월로, 2차대전 후 미국 경기침체 평균 지속 기간(10.2월)보다는 짧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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