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직후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만1천표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통화 녹음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진 것으로 드러나자 모자란 표를 찾아내라고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요구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월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베니 톰슨 특조위 위원장은 이날 소환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이것은 미국인들에 대한 책임의 문제”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조위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소환장 발부를 결정했다. 톰슨 위원장은 “그는 자신의 행동에 관해 대답해야 한다”며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자신의 목숨과 몸을 바친 경찰관들에게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1년 반 동안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는 이날 회의에서는 백악관 경호실 쪽이 무장한 인파가 의사당으로 진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등의 새로운 내용들이 공개됐다. 한 경호실 직원은 “폭풍 전의 고요”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도가 몰려오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의사당 안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을 믿기 어려워하면서 주방위군 투입 등 대처를 요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펠로시 의장은 폭도가 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전화기를 들고 “우리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정부가 기능하게 해야 한다”며 주방위군과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제프리 로젠 법무장관 대행에게 전화해 “대통령에게 그들이 의사당을 떠나라고 말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특조위는 또 백악관 근처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의 진격을 선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군중에 합류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치안 관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으로 수만명을 이끌고 가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조사 과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에 대한 의회 인증을 중단시키려고 치밀하게 계획을 짰으며, 난동 당일에는 집회 참가자들 중 무장한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사당으로의 진격을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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