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주미 한국대사가 12일(현지시각)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입법 동향 파악이 늦어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과정에서 문제의 1차적 원인은 주미대사관에 있다”며 “주미대사관의 동향 파악과 대처 속도가 늦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용이 미국 의회 누리집에 7월27일에 공개됐다면서 “당시 주미대사관은 전기차 관련 주요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고, 전기차 배터리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데 8일이나 걸렸다”고 했다.
같은 당 박정 의원도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돼 대응에 실패한 것”이라며 “초기 대응만 잘했으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지 않냐”고 했다. 민주당은 주미대사관과 외교부가 제때 정보를 전달했다면 펠로시 의장 등을 상대로 국내 업체의 피해 방지를 위한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미대사관의 초기 대응에 대해 같은 당 황희 의원은 현대자동차와 코트라가 법안 내용이 공개된 7월27일과 같은달 29일에 그 내용의 심각성을 대사관에 전달한 게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중요한 협정 위반 부분에 제 목소리도 못 내고 사정사정해서 바짓가랑이 붙들듯 비굴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도 “대사관이 법안 내용이 너무 많아 못 챙겼다고 하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주미대사관이 의회 동향 파악과 로비를 위해 자문업체 두 곳에 연간 58만달러(약 8억3천만원)를 주면서도 중요한 정보를 제때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등이 대책 검토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 쪽과 여러 해법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법조문 개정이 근본적 해법인데 미국 행정부가 말로만 대책을 검토한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조 대사는 전술핵 재배치론과 관련해 “앞으로 상황 발전에 따라선 여러 가지 창의적인 해법도 조용히 정부 내에서 검토해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대사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괌이나 오키나와에 배치된 핵무기를 공유한다는 개념의 ‘한국식 핵 공유’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조 대사는 또 “정부 입장은 기존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이지 지금 핵 공유를 검토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정부가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사안도 없다”면서도 “핵 공유 문제는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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