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한 달 뒤 미 중간선거에 ‘세계의 운명’이 달렸다, 왜

등록 2022-10-11 07:00수정 2022-10-11 11:4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허리케인 이언으로 큰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비치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비치/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허리케인 이언으로 큰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비치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비치/AP 연합뉴스

‘공화당의 제패냐 또는 반쪽 승리냐’, ‘대선 재대결 전초전 승자는 누구냐’ 등 미국의 앞날과 관련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 중간선거(11월8일)가 4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공화 양당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보는 승부처에 돈을 쏟아부으며 막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부동층 표심도 정리되면서 선거구별 윤곽이 더 뚜렷해지는 중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가 모두 위태로워진다. 상·하원 지배 정당이 엇갈릴 경우에도 극심한 정파적 대립이 2년 뒤로 다가온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0일 현재 하원은 공화당의 탈환이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의석 차이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름만 해도 역시 공화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원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정도로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재대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대결에 따라 미국 민주주의의 나아갈 길이 갈린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일대 결전으로 꼽힌다.

상원은 100석 중 35석, 하원은 435석 전부, 주지사는 50명 중 36명을 뽑는 선거의 현재 판세와 전망,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 민주당이 상원은 건질까?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린다. 정권 견제론 작동으로 집권당이 의석을 잃고, 그 결과 의회 주도권을 내주기도 하는 게 공식처럼 여겨져왔다. 1862년 이래 대통령의 당이 하원에서 의석을 늘린 중간선거는 1934·1998·2002년 세번뿐이다. 게다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속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도 낮아,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공화당으로서는 상원에서는 민주당에서 단 1석만 빼앗으면 된다. 민주 50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 대 공화 50석으로 의석 분포가 같지만 부통령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지금은 민주당 우위다. 공화당은 민주 220석, 공화 212석인 하원(현재 3석은 공석)에서도 6석만 더 차지하면 다수당이 된다. 1932년 이래 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양당 의석 차이가 가장 적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을 거치며 기류가 변했다. 미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휘발유 값이 6월 중순에 정점을 찍고 99일간 내리 떨어졌다. 무기력해 보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대형 입법을 성공시켰다.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폐기해 임신중지권에 부정적인 공화당에 대한 반감까지 키웠다.

현재 대다수 여론조사와 전문가들 전망은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계속 일치한다. 두세달 전만 해도 공화당이 20~30석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이 10~20석 정도로 좁혀졌을 뿐이다. 그런데 상원은 민주당이 방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0석을 지키거나 1석을 추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100개 중 67개는 민주당 승리, 33개는 공화당 승리로 나왔다. <이코노미스트>의 전망 모델에서는 민주당 승리 확률이 80%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극우주의자와 정치 무경험자들을 후보로 내세운 것도 공화당의 상원 선거 승리 전망을 흐려놨다.

상원 선거의 핵심은 표심의 흔들림이 많은 스윙스테이트(선거 때마다 승리하는 정당이 바뀌는 주)들이다.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주가 초접전지로 불린다. 3석 중 조지아와 네바다는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주는 공화당이 현재 의석을 갖고 있다. 이 3석 중 2석 이상을 차지하는 당이 상원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로 보면 민주당이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스윙스테이트들에서 여론조사에서는 여유 있던 지지율이 실제 투표에서는 진땀이 흐를 정도로 좁혀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이 못 된다.

■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장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장이라는 점이다. 대선 패배로 단임만 하고 물러난 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노리면서 중간선거가 대선 전초전처럼 돼버렸다. 미국 역사상 대선 패배로 단임에 그친 이가 자신을 꺾은 현직 대통령과 재대결한 것은 1892년이 유일했다. 이때 민주당의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 벤저민 해리슨에게 설욕하면서 유일하게 두 임기 사이가 4년 벌어진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시간주 워런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런/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시간주 워런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런/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로스앤젤레스 행사에서 “내가 다시 나서려는 이유는 트럼프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8월 말 메릴랜드주 연설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을 “준파시즘” 집단이라고 몰아세우며 중간선거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며칠 뒤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의 적”이라는 말로 응수했다. 지난달 17일 오하이오주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방금 나왔다. 내가 바이든을 18%포인트 앞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하게나마 앞서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둘의 재대결이 2년 일찍 시작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 정권 심판이냐 보수의 폭주 저지냐

이렇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선거는 미국의 분열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뛰어들고, 연방대법원이 다수 여론에 등돌리는 판결을 쏟아내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도 더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다수 나섰다는 점에서 ‘폭발적 잠재력’을 지녔다. 상·하원 후보들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각 주가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미국에서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주정부를 이끌 후보들로 나선 점이다. 애리조나·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은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다. 애리조나·미시간·네바다주에서는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주 국무장관 후보들도 그렇다.

따라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 또 전개되면 대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 1개 주 선거인단 확보 여부에 따라 대선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르는 주지사나 주 국무장관이 그가 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지난 대선 뒤에도 패배한 주에서 가짜 선거인단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에서 이긴 대통령이 취임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중간선거 뒤 미국은?…정치 양극화 속 대립 격화될 듯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공화당이 하원만 차지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입법을 통한 정책 구현의 길이 막히고, 미국 정치는 더욱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의 하원 탈환 전망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게 54석을 늘리며 압승한 1994년 중간선거다. 뉴트 깅그리치가 하원의장에 앉으면서 보수적 의제들을 주도하고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강공을 펼쳐 ‘보수 혁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깅그리치의 ‘미국과의 계약’을 모방해 ‘미국과의 약속’을 구호로 내걸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공화당의 기존 노선을 이어받아 민권, 기후변화, 복지, 이민 등의 분야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민주당 쪽 정책과 입법을 무효화하고 견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공화당이 상원까지 접수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공화당의 의제들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대신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충돌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듯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가 후원한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하원을 2024년 대선 선거운동 무대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은 한국 쪽에는 기회일 수도, 부담일 수도 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손을 대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자국산 우대 조항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하원 외교위원회가 그동안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선거 뒤에는 “한-미 관계에서 민감한 이슈들이 많이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멕시코·캐나다 공장 어쩌나…트럼프 관세 폭탄에 글로벌 기업 당혹 1.

멕시코·캐나다 공장 어쩌나…트럼프 관세 폭탄에 글로벌 기업 당혹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2.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미국, 캐나다에 “4일부터 관세 인상” 공식 통보 3.

미국, 캐나다에 “4일부터 관세 인상” 공식 통보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4.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5.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