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카라카스 미라플로레스 궁에서 알바로 레이바(Alvaro Leyva) 콜롬비아 외교장관을 만난 뒤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카라카스/AFP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셰브런 등 석유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 강화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대신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야당과 오랫동안 끊겼던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이 두 나라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5일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오펙 플러스’(OPEC+)가 5일 월례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하는 등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 나와 주목된다. 1990년대 한때 하루 320만 배럴 넘게 생산하던 베네수엘라가 다시 국제 원유시장에 진입하면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에 따른 에너지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워줄 대안 구실도 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제재와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이 겹쳐 원유 생산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현재 하루 생산량은 75만 배럴 수준이며, 수출도 45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재가 풀려 셰브런 등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원유 생산에 참여하면 2년 안에 하루 생산량을 150만 배럴로 끌어 올릴 수 있고, 수출도 몇 달이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는 물밑 대화가 이어져 왔다. 특히 며칠 전엔 베네수엘라가 수감돼 있던 미국 시민 6명과 미국 영주권자 1명을 풀어주고, 미국도 마약밀매 혐의로 수감된 마두로 대통령 부인의 조카 등 2명을 석방하는 유화 조처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 맞교환 협상이 두 나라 사이에 한 주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셰브런 임원 출신인 알리 모시리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책전환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에너지값 상승과 에너지 공급 감소에 따른 정치적 압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마두로 정권과 맞서왔던 베네수엘라 야당의 반대이다. 이들은 제재 완화가 마두로 정부의 독재체제 강화를 돕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마두로 정부 내에서도 일부 강경파들은 미국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야당에 정치적으로 양보하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