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카트리나 직전 ‘화상회의 비디오’ 공개
‘책임 회피’ 정치 논란 일 듯
‘책임 회피’ 정치 논란 일 듯
뉴올리언스를 침수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직전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장관이 대참사 가능성을 미리 보고받았음을 보여주는 비디오테이프가 1일(현지시각) 공개돼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이피(AP)통신>이 입수해 공개한 이 비디오테이프는 카트리나 상륙 전날인 지난해 8월28일 텍사스 크로포드목장에 있던 부시 대통령이 중앙·지방정부 책임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걸 찍은 것이다.
마이클 처토프 장관과 마이클 브라운 당시 연방재난관리청장(FEMA) 등은 워싱턴에서 화상회의에 참가했다. 브라운 청장은 그뒤 카트리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테이프를 보면, 브라운 당시 청장은 “(수천명의 주민들이 대피한) 슈퍼돔은 해수면 아래에 있다. 의료·사체수습팀이 제대로 재난에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보고했다. 또 맥스 메이필드 국립허리케인센터 소장은 “카트리나는 (1992년 막대한 피해를 입힌) 앤드류보다 훨씬 세력이 크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는 해일이 일어나는 해안지역이 될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걱정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보고를 들은 뒤 지방정부 책임자들에게 “우리는 여러분을 도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만 말했다.
테이프가 공개된 뒤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가 사태의 심각함을 미리 보고받았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뉴올리언스의 레이 내긴 시장은 “그들(부시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리들)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대응이 그렇게 늦었던 이유가 뭐냐”고 비판했다.
백악관 트렌트 더피 부대변인은 “이 비디오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카트리나 사태에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는 카트리나 엄습 나흘 후에 “나는 어느 누구도 제방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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