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자작극’이 들통난 셰리 파피니(40·가운데)가 4월 13일 변호인과 함께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연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납치 자작극을 벌이고 수사기관에 거짓 신고를 한 여성이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연방지법판사 윌리엄 슈브는 19일(현지시각) 셰리 파피니(40)에게 1년 6개월의 실형과 31만 달러(4억3천만원) 벌금형을 내렸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검찰은 파파니가 범죄를 시인했다는 점 등을 들어 8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죄질의 엄중함을 들어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
사건 발단은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피니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샤스타 카운티 집 근처에 조깅을 하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3주 뒤 140마일(225㎞) 떨어진 길가에서 여기저기 다친 모습으로 발견된 파피니는 경찰에 “스페인어를 하는 복면 쓴 여성 두 명에게 납치돼 구타·고문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수사 당국은 몇 년 동안 광범한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파피니는 캘리포니아주의 희생자 보상기금에서 3만 달러(4171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수사관이 납치 당시 입었던 파피니의 옷에서 전 남자친구의 것으로 의심되는 디엔에이(DNA)를 발견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전 남자친구는 수사관의 심문에 “당시 파피니를 우리 집에 머물게 해줬다”며 파피니의 납치 신고가 거짓임을 실토했다. 이에 수사 당국은 보강 수사를 벌인 뒤 파피니가 나르시스트적인 충동으로 납치 자작극을 벌였다고 결론을 지었다.
연방검찰은 지난 3월 파피니가 거짓 납치 신고로 수사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스페인어 사용자에 대한 대중의 근거없는 공포를 조장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파피니는 처음에는 “전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며 거짓신고를 인정하지 않다가 뒤늦게 범행을 시인했다.
남편 케이스 파피니는 부인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두 아이에 대한 양육권도 요구했다. 파피니는 지난 4월 법정에서 2016년부터 불안과 좌절,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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