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슈나드(83) 회장 가족이 회사 지분을 모두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에 쓰기 위해 기부했다.
슈나드 회장은 14일(현지시각) 회사 누리집에 올린 “지구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통해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회사의 소유권을 기업의 가치와 임무를 보호하기 위해 창립된 재단과 비영리기구(NGO)에 모두 넘겼다고 밝혔다. 파타고니아는 슈나드 회장이 1973년 설립한 비상장 회사로, 현재 기업가치가 30억 달러(4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100%는 기업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 ‘파타고니아 퍼포스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로 이전하며,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100%는 환경위기에 대처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구 ‘홀드퍼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로 넘겼다”고 적었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 2019년 4월26일 촬영. AFP 연합뉴스
슈나드 회장은 14일 실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이 많은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슈나드 회장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계곡의 등반로를 개척한 사람 중 하나로,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고양이 사료용 통조림을 먹는 어려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허름한 옷차림에 낡은 자동차를 몰며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슈나드 회장은 제대 후 ‘슈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해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1973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그는 제품에 유기농 면직물을 고집하고 일찍부터 직장 내 어린이 돌봄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매년 매출액의 1%를 주로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 등에 기부했다.
슈나드 회장 측근 중에는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을 권고한 이도 있었다. 그는 이런 방안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회사를 팔면 새 소유주가 기업의 가치를 지키지 않거나 직원 승계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공개를 하면 단기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커져서 장기적 기업 가치와 기업의 책임을 외면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지금부터 50년 뒤 번성하는 지구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면 우리 모두는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편지에 적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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