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5월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내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자칫하면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미국인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는 지난 27일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10년 이내에 내전이 발생할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조사는 영국 경제 전무지 <이코노미스트> 의뢰를 받아서 실시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4%는 10년 내에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응답했고, 43%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국인의 절반을 넘는 57%이 내전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반 지지층인 강성 공화당원들은 무려 21%가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성향이 강할수록 정치적 폭력과 내전 발생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이다.
또 미국인 중 66%는 미국의 정치분열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들의 의회 난동이 있었던 2021년 1월6일 이후 악화하고 있다고 봤다. 63%는 2021년 이후 정치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60%는 향후 몇 년 동안 정치폭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견했다.
미국 내 정치분열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등 처벌 위기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의회 내에서 트럼프를 대변했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29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가지고 나온 기밀서류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소된다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에서 19세기의 남북전쟁 같은 전면적인 무장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해 의회 난동 사건 같은 정치적 폭력 사건은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에서 내전 전문가인 레이철 클레인펠드는 영국 <가디언>에 “미국 같은 강력한 민주주의와 정부를 가진 나라들은 내전으로 빠져들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제도가 약화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갈등과 대결, 정치적 폭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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