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병사들이 29일 도네츠크 지역에 배치된 155㎜ 자주포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늘려가는 가운데 미군의 포탄 재고가 급감해 불안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군의 포탄 재고가 크게 소진돼 군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다연장로켓, 총, 드론, 미사일,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해왔다. 이런 무기들 중 수십마일 떨어진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곡사포가 우크라이나군에 크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한 미국 국방 분야 관계자는 이달 24일까지 155㎜ 곡사포용 포탄 80만6천개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바람에 미군의 포탄 재고가 “불안할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평소에 재고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투 준비 태세 부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수준이 못 된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주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공격하는 데 곡사포를 쓰기도 했다. 미국이 지난주에 우크라이나에 105㎜ 포탄을 공급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155㎜ 포탄 재고를 감안한 조처였다고 한다. 미국 육군은 탄약 재고 부족 문제와 관련해 면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월별로 이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미군의 포탄 부족은 돈 문제가 아니라 소요량을 제대로 따져 적기에 발주하지 않는 군 쪽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군수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군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때 공급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장기 수요를 군수업체들과 잘 공유하지 않는 미국 국방부의 관료주의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체들 주장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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