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협의하려고 29일 방미한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로 북미산을 제외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대표단이 방미했다. 한-미는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했지만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은 29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31일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외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안 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양국 간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해, 현대·기아차의 국산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미국 정부 설득 등 대응에 나섰다. 다음주에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고위급과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해법 마련을 위한 한-미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미국 측에서도 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쪽은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보조금 규정 적용을 유예하는 것 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해법을 위해서는 법 조항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설득이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사는 “이 문제는 미국 의회를 통과해서 법률로 확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완전한 해법 마련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 의원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25일 “차별적 규정에 대해 국내 분위기를, 우려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했지만 미국 쪽은 의회의 입법 사항이라 단기간에 시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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