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패배가 당연시되던 11월 중간선거 전망에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민주당에 호재가 겹치면서 추격의 발판이 마련됐다거나, 심지어 상·하원을 수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민주당 후보, 전략가, 당료들 사이에서 중간선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강해지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백악관 인사들도 이런 언급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패색이 드리웠던 선거구들에 자금을 투입하고, 공화당이 차지한 일부 선거구의 탈환을 기대하는 등 전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하원 435석 가운데 220석을 차지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애초 의석을 크게 잃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고전이 예상되는 후보들 중 하나인 얼리사 슬롯킨 의원(미시간)은 “3개월 전과는 다른 에너지를 분명히 느끼며, 6개월 전에 비하면 더 확실히 그렇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도 하원에서 200석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말까지 나왔었지만, 이젠 다수당 지위 유지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도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실제 (민주당의 추격세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과 정확히 50석씩 나누고 있는 상원(전체 100석)에선 의석이 늘고,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주지사 수도 늘 수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민주당이 판세를 크게 뒤집진 못했지만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분석 업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하원 선거에서 애초 15~30석으로 보던 공화당 우위를 최근 10~20석으로 낮춰잡았다. 하원에서 20석 이상 앞설 것으로 기대하던 공화당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차이가 한 자릿수로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100석 가운데 3분의 1인 35석, 하원은 435석 모두, 주지사는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다. 민주당의 패배 전망이 일반적이었던 것은 대통령 첫 임기 때 중간선거에선 심판론과 견제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 하원에서 의석을 많이 잃는 게 법칙처럼 인식돼왔다. 특히 40여년 만에 미국 사회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 이런 전망은 설득력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을 불리하게 만든 상황에 적잖은 변화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내 의견 대립으로 교착이 이어졌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여러 법안들이 속속 통과되는 성과를 거뒀다. 6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휘발유 가격이 이후 내림세를 보이는 등 물가 흐름도 정점을 지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때문에 갤럽 조사에서 지난달 38%를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8월 6%포인트 오른 44%로 호전됐다.
또다른 변수는 임신중지권 논란이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연방대법원이 6월에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게 공화당의 대승 전망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임신중지권을 법률로 보장하겠다며 이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들은 임신중지권을 부정하는 조처를 강행하고 있다. 판결 뒤 4차례 하원 특별선거에서 이 문제 등을 쟁점으로 내세운 민주당 후보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각 선거구에서 2020년 대선 때 기록한 것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공화당 자체의 문제도 크다. 공화당의 극성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난동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밀 불법 반출 사건으로 지지 세력이 결집하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선 반감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극우 성향 후보들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공화당 온건파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장악하겠지만 민주당이 차지하는 상원과 주지사 자리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유로 공화당이 “당선 가능성 없는 사람들”을 후보로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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