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학자금 대출 탕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인당 최대 2만달러(약 2675만원)의 빚을 덜어주는 대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라는 평가 속에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연소득 12만5천달러 미만자는 최대 1만달러까지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저소득층 장학금인 ‘펠 그랜트’ 대상자는 최대 2만달러까지 빚을 없애주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3월 이래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시행한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마침내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집을 사고, 가족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공약이다. 당시 민주당 경선 경쟁자들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인당 5만달러까지 탕감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에 발표된 1인당 탕감 규모는 적지만, 백악관과 미국 교육부는 실제로는 광범위한 탕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1조6천억달러의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는 4500만명 중 4300만명이 탕감 대상이고, 이 중 2천만명이 빚을 모두 탕감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60%가량인 2700만명이 ‘펠 그랜트’ 대상자이기 때문에 1인당 2만달러까지 부채 탕감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수혜 대상자들은 이번 조처를 크게 반기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젊은층과 저소득층, 진보적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책이 절실했던 민주당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대책을 호되게 비판해온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학자금 대출 경감은 수요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지출 정책”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코로나19에 대응해 가계 등에 푼 돈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는 진단이 이런 비판의 근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 출신인 제이슨 퍼먼은 “약 5천억달러어치 휘발유를 인플레이션의 불길에 쏟아붓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탕감 자격을 개인 연소득 12만5천달러(약 1억6700만원), 가구는 25만달러로 설정한 것은 저소득층이 낸 세금을 화이트칼라 중산층을 위해 쓰는 꼴이라는 지적도 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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