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휴가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인트존스섬의 교회에서 미사를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잇단 입법 성과를 적극 홍보하며 지지도 만회에 나섰지만 민주당 후보들의 중간선거 유세에 별로 초대받지 못하는 씁쓸한 상황을 맞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한 상·하원과 주지사 후보 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원한다는 이들이 드물었다고 21일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출신 상원의원 마이클 베닛의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원하냐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출신 하원의원으로 이번에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는 팀 라이언의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오하이오로 와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선임고문 출신으로 민주당 전국위원회 간부인 세드릭 리치먼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이 오랫동안 이루려고 했던 일들”을 성취했다면서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이 선거를 돕는 것을 원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많은 후보들이 응답을 회피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해리스 부통령의 지역구 방문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등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방문을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낮은 지지도에 고전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근 기후변화 대응 등에 4400억달러(약 586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비롯한 입법 성과에 고무돼 있다. 백악관은 전국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행보를 시작하면서 이런 성과를 적극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하면서 인기 있는 연사로서 민주당의 의제를 알리고 자당 후보들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심드렁한 것은 우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띠는 중간선거의 특성 때문이다. 1934년 이후 첫번째 임기 때 중간선거에서 자당 하원 의석이 줄지 않은 대통령은 조지 W. 부시뿐이다. 그도 9·11테러 직후인 2002년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는 특수한 상황에서 예외 사례를 만들었을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도 민주당 후보들이 그를 멀리하게 만드는 이유다. 아메리칸대의 제임스 서버 교수는 “지지도가 낮고 인플레이션도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여러 불리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민주당 후보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담은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메인주 출신 하원의원 재러드 골든은 “나는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임을 알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수조달러 규모의 의제에 반대한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출신 하원의원 마시 캅터를 위한 광고도 오하이오의 제조업이 중국에 밀리도록 놔뒀다는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는 조 바이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당신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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