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판매 책임에 따라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미국 약국 체인들 로고. AP 연합뉴스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과 관련해 미국의 3대 약국 체인들이 오하이오주 카운티 두 곳에 6억5050만달러(약 8555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오하이오주 북부연방지방법원의 댄 폴스터 판사는 17일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시브이에스(CVS), 월그린스, 월마트가 오하이오주 레이크 카운티와 트럼불 카운티에 15년에 걸쳐 이런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폴스터 판사는 두 카운티가 오피오이드 오남용 피해를 경감시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대형 약국 체인들이 오남용 우려가 뚜렷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수년에 걸쳐 마약성 진통제를 다량 판매해왔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오피오이드 위기’와 관련해 연방법원이 처음으로 유통 체인에 배상금 지급 책임을 지운 것이다. 폴스터 판사는 3개 업체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의미한 계획을 제시할 기회를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원고 대리인인 마크 러니어 변호사는 “이 회사들은 사회 구조를 찢어발겼다”며 “그들은 죄책감을 보여줘야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하지만 약국 체인들은 제조사나 온라인 판매상들이 위기의 주범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들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오피오이드 위기’로 인해 제조사나 유통 업체들을 상대로 수많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3대 약국 체인은 이달 초 웨스트버지니아주의 100개 이상 카운티 및 시와 4억달러 배상에 합의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보급이 본격화된 오피오이드는 미국 보건부가 2017년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제약업체들이 애초 오피오이드가 중독성이 없다고 홍보하면서 마약성 진통제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결과 오피오이드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만명이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