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의 아내 지니 토머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과정에서 발생한 의사당 난동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의 아내에게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조위 부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즈 체니 의원은 24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토머스 대법관의 아내 지니 토머스에게 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니가 자발적으로 (증인 조사에) 응하기를 바라지만, 위원회는 그러지 않을 경우 소환장을 발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한테는 그와 얘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회가 현직 대법관 아내에게 소환장 발부를 경고하는 이례적 상황은 그가 지난해 1월6일 난동 사태에 깊게 연루됐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운동가인 지니는 난동 사태 전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거듭 요구했다. <엔비시>(NBC) 방송 등은 지니가 2020년 11월 대선 뒤 메도스 실장에게 “마크, 이 위대한 대통령(트럼프)이 꿋꿋이 버티게 도와야 한다”, “미국인들 다수는 바이든과 좌파가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강탈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올해 초 보도했다. 지니는 의사당 난동 주도 세력들 중 하나인 극우 민병대 ‘오스 키퍼스’의 창립자가 주요 참석자였던 심포지엄에서 연회를 베풀기도 했다.
하원 특조위의 경고는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 폐기 등으로 연방대법원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인 토머스 대법관은 최선임이면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표출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깰 때 동성 결혼과 피임권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의 행보는 아내의 행동과도 맞물리면서 탄핵 여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토머스 대법관은 백악관이 난동 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한 사건에서 대법관 9명 중 홀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경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특조위의 소환장에 응하지 않아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지니는 지난해 1월6일 백악관 근처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집회에 참석하기는 했으나 일찍 자리를 떴으며, 자신은 집회 주최자들과 관련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