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440억달러(약 57조2천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만든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결국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는 8일 트위터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트위터의 계약 조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깬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4월25일 “언론 자유” 확장을 위한 것이라며 트위터를 주당 54.2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이 거래는 머스크가 의사당 난동 사주 탓에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되살리겠다고 밝히면서 정치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그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머스크는 계약 이후 스팸 계정과 가짜 계정 수가 5% 미만이라는 트위터의 추산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왔다. 실제로는 ‘깡통 계정’이 더 많을 수 있다며, 트위터의 가치와 직결되는 이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압박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계약 파기를 선언하면서도 트위터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스팸 계정이 트위터 추산보다 “상당히” 더 많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계약 이행 강제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했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머스크와 합의한 가격에 거래를 완료하는 데 전념”하기 위해 법적 조처에 나서겠다고 했다. 머스크가 주장하는 자료 제출에 대해선 ‘적극 협조했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머스크가 스팸 계정 숫자를 계속 문제삼은 것은 계약을 깨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트위터 쪽의 견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계약이 파기되면 트위터 주주들이 적잖은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계약 파기 발표 이후 주가는 6%가량 떨어지면서 주당 36.81달러로 장을 마쳤다. 머스크와 계약한 금액에 비하면 지금 주가는 32%나 떨어진 상태다.
머스크는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물기로 트위터와 합의했다. 그러나 인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규제 당국이 인수를 불허하는 경우에 위약금을 문다고 해, 이번 경우가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인지는 소송을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안팎에서는 애초 머스크가 트위터의 값을 후하게 쳐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계약 파기를 통보했지만, 값을 깎으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이들도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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