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러시아와 면한 흑해에서 유조선이 항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옥죄겠다며 도입 방법을 찾기로 한 ‘원유 가격 상한제’가 배럴당 40~60달러를 목표로 논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6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가격 상한제 논의에 대해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 정도로 원유 가격을 낮춰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에 타격을 가하면서 상한제 참여국들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시장에서 배럴당 80달러대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최대 절반 정도의 할인 가격이 추진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목표는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기 전 가격을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주요 7개국의 구체적 합의 시점과 그때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주요국들은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서구가 중심이 되어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전쟁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전쟁의 영향으로 유가가 더 뛰면서 러시아의 석유 판매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하루에 6억달러(약 7839억원) 이상 석유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거꾸로 미국 등은 40년 만에 맞이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시름하고 있다.
수입국들이 담합을 해 특정국의 석유 가격을 제한한다는 초유의 제재 방식을 제안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 조처가 다른 국가들이 생산한 원유 가격의 인하도 유도해 인플레이션 대처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미국 관리는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를 놓고 몇 차례 회의가 열렸고, 앞으로도 몇주 동안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은 유럽 업체들이 많이 담당하는 러시아산 석유 수출에 대한 보험을 이용해 가격 상한제를 관철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거래되는 데 참여하는 금융이나 운송 업체를 압박해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즉 업체들이 일정 가격이 넘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어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시도는 얼마나 많은 국가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했고, 유럽연합(EU)은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3~5월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은 2배로 늘었고, 인도의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나 증가했다. 또 이미 충분한 외화 수입을 얻고 있는 러시아가 세계시장에 쏟아내는 석유 공급을 줄이는 식으로 보복한다면 유가가 더욱 급등해 소비국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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